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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위한 선택이 모두의 비용이 된다면?

소수를 위한 선택이 모두의 비용이 된다면?

드문 예외를 처리하기 위해 모두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한 기록

의사결정

3분

드물지만 영향이 큰 예외를 위해 모든 사용자에게 한 단계를 추가할지 고민한 디자인 결정


모든 나라를 다룰 시간은 없었습니다



채비는 해커톤에서 시작한 여행 준비 서비스입니다. 여행 준비 정보는 국적과 목적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경우를 다루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디선가는 범위를 줄여야 했고, 그래서 사용자를 한국 국적자로 한정했습니다.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경우만 다루면 확인해야 할 조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위를 정리하고 나니 새로운 예외가 보였습니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 국적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 한국인이라는 범위 안에 있지만, 한국 국적만 있다고 가정하면 이후 제공하는 여행 준비 정보가 틀릴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약 0.4%였습니다



복수국적자가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습니다. 법무부 제출자료의 복수국적자 수를 당시 대한민국 총인구와 비교하면 약 0.4%였습니다. 아주 작은 숫자였습니다. 해커톤에서 모든 예외를 처리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번 범위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정하기에는 놓쳤을 때의 영향이 컸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 국적을 함께 가진 사용자가 미국 여행을 준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한국 국적만 기준으로 보면 채비는 이 사용자를 ESTA가 필요한 여행자로 안내합니다. 하지만 미국 시민은 복수국적자라도 미국에 드나들 때 미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며, ESTA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드물게 생기는 경우였지만, 놓치면 화면 일부가 어색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여행 준비 정보 자체가 틀렸습니다.


모두에게 국적을 물어야 할까



복수국적자를 정확히 구분하려면 별도의 질문이나 입력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범위를 좁힌 서비스에서 일부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해 모두에게 국적 정보를 새로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복수국적자에게는 다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안내 화면을 추가했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화면 하나를 더 거쳐야 한다는 비용은 남지만, 자신의 국적을 입력하거나 복수국적 여부에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외를 시스템이 직접 구분하는 대신,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해당하는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복잡함을 없앤 게 아니라 옮긴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에도 비용은 있었습니다. 별도의 입력은 만들지 않았지만, 복수국적자가 아닌 사용자까지 모두 안내 화면 하나를 더 거쳐야 했습니다. 결국 복잡함을 없앤 것이 아니라 위치를 바꾼 셈이었습니다. 일부 사용자를 정확히 구분하기 위한 입력을 추가하는 대신, 모두가 짧은 안내를 한 번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0.4%가 선택의 기준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수치는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이므로, 채비를 실제로 사용할 해외여행자에게도 같은 비율이 적용된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더 중요했던 것은 이 경우를 놓쳤을 때 무엇이 틀리는지,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용자에게 어떤 비용을 더할지였습니다.

당시에는 그 비용으로 안내 화면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다만 해커톤 안에서는 이 한 단계가 실제 이탈이나 완료율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본다면



돌아보면 별도의 화면을 만들지 않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여행 준비 정보를 보여주는 기존 화면 안에 복수국적자에게 다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안내를 함께 두거나, 목적지가 정해진 뒤 실제로 국적에 따라 안내가 달라지는 경우에만 이를 알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첫 번째 방법을 먼저 검토할 것 같습니다. 별도의 안내 화면은 해당하지 않는 사용자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기존 화면 안의 안내는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필요한 사용자에게 예외의 존재를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0.4%의 사용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화면 하나를 추가했지만, 지금 다시 본다면 ‘화면을 하나 더 만들까’보다 ‘이 안내를 어디에 두면 가장 적은 사람의 흐름을 방해할까’를 먼저 물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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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오프

약 0.4%는 법무부 제출자료의 복수국적자 205,196명을 해당 연도 대한민국 총인구와 비교해 산출한 추정치입니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2024). | 미국 시민은 복수국적자라도 미국 출입국 시 미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며, 외국 여권으로 ESTA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출처: 미국 국무부.